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ylogic Aug 15. 2019

전자책 시대의 본문 글꼴??

결국은 명조 고딕 인가?

명조와 고딕 글꼴에 있어서, 나와 현시점의 글꼴 개발자들은 모두 창조자가 아니고, 모방형 개발자이자, 이용자이고, 어설픈 비평가일 뿐이다. 

나는 명조와 고딕이라는 글꼴 이름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윈도우즈의 기본 글꼴 이름인 바탕, 돋움이라는 이름도 썩 내키지 않는다.

어설픈 비평가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ㅠㅠ


명조 (明朝)라는 이름은...

중국 명나라의 글자꼴이라는 이야긴데 그 시대 중국에서 한글을 사용하지는 않았을 터, 이 이름이 한글 이름에 붙여져 있는 것이 못내 못마땅하다. 


고딕(Gothic)은 더 웃기다. 

한글에 서양 시대의 이름이 붙여져 있는 것이다. 


그래도 모든 한글 글꼴 개발 업체들은 자기 회사 만의 명조와 고딕을 만든다. 

나도 다르지 않다.




거의 강박적으로 한 달에 3~4권의 책을 읽는다. 

때로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대출 만료기간이 가까워지거나, 전자책의 대여기간이 다가와서 서둘러 책을 읽기도 하지만, 정말 읽고 싶은 책을 벼르고 벼르다 읽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가끔은 글 읽기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내용이 기대와 달라서도 그렇고, 번역된 글의 문체가 어색해서도 그렇고, 때로는 책 본문의 글꼴 탓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잘 읽히는 책도, 아닌 책도 대부분의 책 본문은 소위 명조체이다. 


다른 글꼴로 인쇄된 책을 발견할 경우도 있지만, 평생 명조 본문에 길들여진 눈으로 바라보면 왠지 어색하다.

견명조, 태명조, 중명조, 세명조와 같은 예전 명조를 셀프 개선한 최정호 선생의 신명조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출판 시장의 본문은 신명조가 휩쓸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만들어진 모든 글꼴 업체의 명조는 신명조가 바탕이 되었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나를 포함한 모든 디자인 업체의 기획자 또는 디자이너들은 기존의 명조에 무언가 새로운 디자인 요소를 집어넣고 싶어 했지만, 그리 크게 성공한 업체는 없어 보인다.

어찌 되었건 명조체는 수많은 파생 상품을 만들어 냈다.

사진 식자의 기법인 2타, 3타를 밀어 치는 방식의 출력물을 하나의 폰트로 만들어낸 명조도 있고,

 


명조의 획을 각지게 변형한 글꼴도 있다. 아래의 글꼴을 명조라고 할 수는 없으나 각 자소의 공간 배분과 외곽 모습이 그 원류가 명조임을 쉽게 알게 한다.

이름을 달리 하여도 명조의 특성을 조금씩 변형해 본 파생 상품인 것이다.

그만큼 명조는 우리의 글꼴 시장을 장악했다.




그런데 종이책의 세상이 전자책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종이책이 없어지지 않겠지만 휴대폰과 전자책 단말기가 문맹퇴치의 1등 공신이 되어가고 있다는 디지털 세상에서 정보 전달을 위한 새로운 폰트의 발견이 가능할지는 아직도 의문이 생긴다. 

과연 전자책 단말기의 본문 꼴도 명조, 고딕이어야 할까?

한국출판인회에서 출판에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폰트도 명조와 고딕이다. 앞 서 말한 바와 같이 기존 명조 고딕과 다른 점이 무엇 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료로 전체 글자가 포함된 좋은 글꼴을 제공받을 수 있는 점은 고마운 일이나, 과연 이 글꼴은 전자책 단말기의 글꼴로 어울릴까??


어떤 글꼴이 필요할지에 앞서 어떤 기능의 글꼴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미리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출판물 조판 시, 글자의 자간을 붙이고 가로 쓰기일 경우 장(세로가 가로보다 길게 변형된)이 살짝 들어간 글자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내가 접한 많은 전자책 뷰어의 경우 글꼴 보기 설정은 대부분 "폰트", "크기", "줄 간격", "문단 간격" 정도만을 설정할 수 있고, 글꼴의 "장평" 또는 "자간"을 설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글꼴 제작 업체는 미리 "장평", "자간"을 조정하여 다른 세팅을 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읽힐 수 있는  전자책용 글꼴을 발매해야 할 것이다. 물론 앞서 말한 무료로 구할 수 있는 명조 고딕의 경우 자간도 조정되어 있고, 전체적인 조형도 잘 균형 잡혀 있다. 그러나 새로운 미디어를 통하여 전파되는 책이라면 새로운 글꼴을 사용해 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태-영화체"로 읽어보는 유시민 선생의 "국가란 무엇인가?"의 서문 일부


"태-영화체"를 전자책 리더에 탑재하여 사용해 보니 명조와 고딕을 벗어난 글꼴도 충분히 전자책 글꼴로 사용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자책을 염두에 두고 글꼴을 만든다면 더 효과적인 글꼴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당장은 편한 선택을 한번 해보았다.

좋은 전자책 전용 글꼴이 개발되면 이 곳을 통하여 발표해 볼 생각이다 ^^.

이전 09화 학습물 참고서용 편집기 및 글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