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ylogic May 31. 2018

글꼴 썰(設) #9 : 모음체

모음체는 우리 회사가 설립하여 태-나무체를 발표했던 1992년 보다 몇 년 전에 김화복 디자이너가 제작했던 종이 원도를 기반으로 하여 제작되었다. 아쉽게도 종이에 그려졌던 모음체의 원도는 이사 도중에 분실되었지만, 디지털 데이터인 "모음체"는 여러 모양으로 남아 있다.


여러 가지 파생상품이 모음체로부터 유래한다는 이야기다.

그 첫 번째는 휴먼모음T이다.

휴먼모음T는 우리 회사가 휴먼컴퓨터에 라이선스를 해줬고, 휴먼이 마이크로소프트에 재 라이선스 하여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프로그램에 기본 번들된 글꼴이다.

92년도에 디지털화된 모음체가 발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휴먼컴퓨터에서 우리 회사의 글꼴 태-나무. 태-조각, 태-소하 등의 서체와 함께 라이선스를 구매했다. 당연히 모든 저작권은 우리 회사에 있으나, 불행하게도 그들은 저작권 조항에 우리 회사의 이름을 뺐고(최근까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휴먼컴퓨터는 공중분해되어 현재 남아 있지 않아 이를 항의할 곳이 없다.


어찌 되었건 휴먼모음T의 저작권은 태시스템에 있고, 휴먼컴퓨터에서 직접 판매하는 제품 이외의 제품에 판매할 때는 우리 회사의 허락을 취득해야 한다.


위의 글꼴을 보면 태-모음TR은 그 간격이 넓고, 휴먼 모음T는 그 간격이 좁다.

해당 글꼴이 판매되던 20여 년 전에는 많은 문서 편집 프로그램이 한글의 넓이가 전각(가로 세로가 같은 넓이로 디자인된)이 아닐 경우 에러를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모든 글꼴을 전각 넓이로 판매하였다. 물론 현재 대부분의 편집 프로그램은 한글의 넓이가 글자마다 다를 수도 있고, 전각이 아닌 한글의 표현도 자유롭다.

그러나 최근에 신문용 글꼴 개발을 진행했던 지방의 신문사에서 사용하고 있던 조판 시스템 역시 가변 넓이 값을 가진 글꼴을 수용하지 못하여, 모든 글꼴을 다시 수정하는 어려움을 경험하였다.


우리 회사에서 판매하는 글꼴은 과거에 글꼴을 구매했던 사용자들의 문서 호환성을 위하여 아직도 전각을 유지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들의 프로그램에서 수용하는 좁은 넓이의 한글로 그 넓이 값을 수정한 것 같다.

우리도 다음 버전에서는 모음체의 한글 넓이를 조정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글꼴은 판매 이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기본 서류 형식뿐 아니라 특허청의 기본 글꼴로도 쓰여 특허 관련 서류에서도 발견된다.


또 다른 파생 상품은 모음D와 모음O 이다.


동일한 글꼴을 가지고 다양한 변화를 원하는 사용자들을 위하여 각진 글꼴(T) 좌하단의 꺾임 부분을 부드럽게 구성한 글꼴은 D, 획의 끝부분 일부분까지 부드럽게 한 글꼴은 O 로 이름 붙였다.(우리 회사 뉴욕지사 디자이너 김태수 님의 제안) 영문 T D O의 모습에서 이러한 이름을 창안하여 조각체와 모음체에 이 이름을 적용하였다.


원 디자이너들이 그들의 디자인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고 그들의 저작권 조항마저 계약조항을 어기고 디지털 데이터에 넣지 않은 현실은 몹시 쓸쓸한 일이다. 잘못된 일들은 조만간 바로 잡아야 하겠으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글꼴을 사용할 기회가 된 것에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꼴 썰(設) #8 : 태-나무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